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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공모전

[부문 당선작 - 시]이춘실

다시 피고 있었다

한동안 잊고 있었던 마른 꽃을 본다
벽에 걸린 채 나를 기다렸다는 듯

한때 실핏줄 하나하나에도 촉촉이 물올랐겠다
비와 바람에도 꺽이지 않으며 향기를 키웠겠다
뿌리가 잘려나간 후에도 꽃대는 결연히 버텼겠다

공중의 습기까지 끌어와 가늘게
꽃을 받치고 있는 저 힘으로
훗일을 기약할 수 있다

화려했던 한 시절을 각인하고 있다

벽에 마른 등 기댄 채 초점을 잃었던 날들,
한 잎 두 잎 바닥에 클릭되는지
헐렁한 내가 넘겨진다

퇴색을 얻은 후에야 알았다
꽃은 죽은 것이 아니라 이대로
영원을 간직하는 중이었다는 걸

마른 꽃이 벽을 환하게 틔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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