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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공모전

[장려상 - 시]김태형

고라니

어미 고라니가 파란 들판으로 나오고 새끼 고라니가 뒤따라 나왔다가
가지가 비워진 계절에 숲으로 돌아갔다
딸은 산 너머로 시집가고
지붕 위에 구름만 덩그러니 남았다

붉게 살아온 골짜기마다 봇짐을 풀고 숲은 물들었다
굴뚝에 흰 연기 피어오르고
건초를 나르는 아비의 눈길은 바깥을 서성인다
젊은 고라니가 갈색 들판으로 나오고 늙은 고라니가 따라 나왔다가
가랑잎이 날리고 눈이 오는 날
나란히 숲속으로 돌아갔다

시집 간 딸이 하얀 들길을 걸어온다
맨발로 뛰쳐나온 아비를 향해 딸의 잔소리가 쏟아졌다
딸은 해가 지도록 잔소리만 쏟아놓다가
아비의 발에 가죽장화 신겨놓고 돌아갔다

딸이 돌아간 앞마당엔 밤새 눈이 내렸다
눈 위에 찍힌 고라니 발자국이 숲으로 들어갔다
선반 위 가죽장화
딸년의 잔소리가 웃풍을 달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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