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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공모전

[장려상 - 시]조성연

나로부터 그림 찾기

삶의 복판에 기본으로 들어 있는 모형 중 육면체가 있는데요
여섯 개 면의 밝기가 모두 다르네요
우리가 볼 수 있는 면의 개수는 세 개 뿐인데요
빛의 방향을 왼쪽으로부터 비스듬히 설정했을 때
윗면이 제일 밝고요
옆면이 조금 어둡고요
앞면이 가장 어둡게 보여요
살아가면서 앞이 어두울 때가 흔히 있죠
윗면과 옆면이 뒤에 있네요

원기둥 모형이 들어 있는데요
위의 단면과 휘돌아가는 옆면에 이어지는 앞 면
또 이어지는 뒷면이 둥그러지네요
몸이 둥글고 팔다리가 손가락 발가락까지 둥글어요
가끔 타박상이나 생채기가 나지만 둥글지 않은 적이 있나요
오른 쪽으로부터 빛의 방향을 설정하면 왼쪽으로 그림자가 생기는데요
빛의 높이에 따라 그림자의 크기가 달라지네요
그림자 색깔은 변하지 않아요

또 공 모양의 구(球)가 들어 있는데요
원기둥 보다 훨씬 둥글어요
사방으로 구를 수 있지만
멈추기가 육면체만큼 수월하지가 않지요
물론 지면이 고를 때라는 조건이 붙지만요
빛을 가장 많이 받는 지점에서부터 가장 어두워지는 곳까지의
밝기의 차이가 사방으로 변하는 모습이 아주 끌밋해요

이 모형들을 내 삶의 화면에 옮겨 그릴 때 사용하는 원근법을 따라
가까운 곳에서 멀어질수록 높이가 낮아지고요
면적이 좁아지고요 밝기도 낮아지지만요
가까운 곳의 어둠은 짙어지는 반면에 멀어질수록 옅어져요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만 그렇게 표현하면
그림이 훨씬 두렷해지는데요
유일하게 구는 이 법망에서 벗어나 있구나 싶죠

이 사실을 어린이들 앞에서 삼십여 년 안내해 왔는데요
뒤에 있는 주변 어른들에게 재능기부한지가 시작의 반
오히려 내가 남은 앞면의 삶을 괜찮게 그려 가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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