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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춘문예 공모전

[장려상 - 시]이생문

은퇴자들의 휴게소

길과 이별 한 뒤 속도를 잃은 바퀴들
아직 갈 곳은 있을 거라고 금방이라도 달려갈 기세다
끝은 마지막이 아닌 시작이라고
여분의 근육을 점검하며 땀을 식히는 폐타이어 적치장
우리의 삶은 언제나 묘기였다는 듯
치열하게 달려온 생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바람이 빠져나간 시간의 적막을 견딘다
어느 곡예단 텀블링처럼 서로 어깨동무 하고 긴장을 나누며
새로운 삶의 거리를 계산한다
빠르게 달려가는 세월은 정차벨을 눌러도 세워주지 않았고
겁없이 가속페달을 밟으며 수많은 교차로에서 망설이기도 했다
속력에 취해 마모 한계선을 넘을 때까지 전력질주 하며
바퀴에 매달리던 시간
달릴수록 따라붙던 공포의 날들 그리움으로 남았다
제한속도마저 무시하며 치열하게 살아온
속도만을 적립하던 가슴에는 폐혈이 흐르고
딱딱한 도시의 바닥은 울음 한 마디 새겨둘 족적마저 허락하지 않았지만
남은 생 무한 변신을 꿈꾸는 은퇴자들의 휴게소
누구는 몸 추슬러 재취업의 길을 엿보고
누구는 세상의 아픔을 흡수하는 완충재로 살겠다고
빛만을 쫓던 날의 속도를 묵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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