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시장 사람들➃]

위기 속의 혁신…
‘숨은 고수’를 깨워 시장을 학교로 만들다

가성비 대신 ‘품질’과 ‘배움’

전통시장의 위기 속에서 영동전통시장이 선택한 생존 전략은 정면 돌파다.
가격 경쟁 중심의 ‘가성비’가 아니라, 백화점에 뒤지지 않는 ‘품질’을 전면에 세웠다.
그리고 물건을 파는 공간에 ‘배움’을 더해 사람들을 다시 시장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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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클래스의 시작,
“시장에 고수가 많다”

영동전통시장의 ‘영동클래스’는 외부 강사를 부르지 않는다.
시장 안에서 매일 마주치던 상인들이 강사가 된다.

떡집 사장은 떡케이크 만드는 법을,
꽃꽂이 학원 원장은 꽃바구니 만들기를,
소믈리에 출신 와인바 사장은 와인 테이스팅을 가르친다.

“우리 시장에 숨어 있는 고수들이 너무 많더라고요.”
- 유미희 영동전통시장 매니저 -

운영 장치: 무료 수업 + 노쇼 방지, 그리고 ‘시장 소비’

인기 강좌는 모집 시작 몇 시간 만에 마감된다.

강의는 무료지만 노쇼를 막기 위해 1만원 참가비를 받고, 참석하면 돌려준다.

하지만 대부분의 참가자는 돌려받은 돈을 다시 시장 안에서 쓴다.

수업 전후로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와인 수업 후 바로 점포로 이동한다.

“돌려받은 1만원으로 수업 전후 식사를 하거나 커피를 마시는 분들이 많아요.”
- 유미희 영동전통시장 매니저 -

시장의 힘:
‘지나가다 관계가 생기는 공간’

영동전통시장은 오피스 상권과 주거지역이 맞닿아 있고,
연령대도 다양하다.

그 덕분에 수업 참여자도 20대부터 70대까지 넓게 펼쳐진다.

"교감 선생님까지 하시고 명예퇴직하신 70대 분이 제2의 인생으로 꽃꽂이를 배우러 오셨는데, 허리 아프셔서 복대 차고 오시는데도 너무 즐거워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보람 있었어요." - 김누리 라로즈스쿨 원장

시장으로 들어오면 공방도 달라진다.

사람들이 오가며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곳이 된다.

"지나가다 말을 걸고 관계가 쌓이면서 다시 찾겠다는 손님이 생깁니다." - 김보근 보다세라믹스튜디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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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함과 ‘기준’을 설계하다

매월 20일 ‘20데이’는 20% 환급(최대 4만원) 구조지만, 선착순 대신 추첨제를 도입했다.
구매 금액 5만원당 응모권 1매, 최대 4매.

줄 서는 경쟁을 줄이고, 불만을 줄이려는 설계다.

“선착순 과열을 막기 위해 추첨 방식으로 공정함을 더했습니다.”- 유미희 영동전통시장 매니저 -

개별 점포도 가격 경쟁 대신 신뢰의 기준을 세운다.

“트레이 무게를 제외한 순수 고기 중량만 표기하고, 개체 번호 공개 등을 통해 신뢰를 최우선에 둡니다.”- 서영경 논현축산물 대표 -

“입지나 분위기는 캐주얼하지만, 서비스는 오히려 더 클래식하게 가져가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경쟁력:
대체 불가능한 오프라인 경험

“전통시장이 무조건 싸다고 소비자가 찾는 건 아닙니다. 고기·과일·반찬처럼 직접 보고 품질을 판단하고 싶은 영역에서는 여전히 전통시장에 대한 신뢰가 크죠. 소비자가 오프라인으로 사고 싶어 하는 영역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그 중심으로 재편돼야 합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 -